사회의 장기적 차이는 어떤 집단이 더 부지런하거나 영리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기서 관찰할 대상은 한 사회의 순간적 성취가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도구·제도·인구 규모가 서로 다르게 쌓인 과정이다. 어느 지역에는 큰 도시와 문자, 복잡한 조직이 남고 다른 지역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결과를 볼 때, 그 차이를 타고난 집단 능력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순간 설명은 너무 빨리 끝난다. 더 먼저 보아야 할 것은 각 사회가 무엇을 시작점으로 가졌고, 그 조건들이 어떤 경로로 이어졌는가다.

그런데 능력론은 결과를 원인의 증거로 바꾸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강한 군대가 있었으니 원래 전쟁에 능했고, 큰 도시가 있었으니 원래 조직력이 뛰어났으며, 문자가 널리 쓰였으니 원래 지식에 관심이 많았다는 식이다. 이렇게 말하면 복잡한 시간의 흐름은 짧은 성격 묘사로 바뀐다. 하지만 나중의 성취가 처음부터 있던 성질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질문은 “누가 더 뛰어났는가”가 아니라, 어떤 조건이 축적을 가능하게 했고 그 축적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었는가로 옮겨가야 한다.

그 질문을 따라가면 식량 생산에서 시작되는 하나의 연결 경로가 보인다. 식량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으면 저장할 것이 생기고, 모든 사람이 매일 먹을 것을 구하는 일에만 매이지 않을 여지가 생긴다. 저장과 분업의 가능성은 인구 증가와 밀집을 뒷받침할 수 있으며, 밀집한 인구는 기술과 지식, 감염병이 움직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여기에 이동과 교류가 이어지기 쉬운 조건이 더해지면 작물·가축·기술·문자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사회로 전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식량 생산, 저장, 인구 밀도, 교류는 각각 독립된 장점이 아니라 앞선 조건이 다음 조건의 범위를 넓히는 누적된 경로다.

다만 이 경로가 보인다고 해서 하나의 조건이 모든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앞선 연결은 가능성의 범위를 바꾸지만, 농업이 가능하다고 곧바로 국가가 생기거나 저장이 가능하다고 언제나 복잡한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류 역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통로인 동시에 위험과 부담이 이동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설명은 어떤 사회의 이후 모습을 환경에서 곧장 연역하려는 결정론이 아니라, 결과가 생기기 전에 이미 달라져 있던 선택지와 연결의 폭을 살피는 방식에 가깝다.

이 관점에서 사회의 차이는 타고난 우열의 목록이 아니라 조건이 열어 둔 선택지, 그 선택을 굳힌 제도, 실제로 이어진 교류, 그리고 예측할 수 없었던 우연이 만난 결과가 된다. 출발 조건을 보면 누적의 재료를 볼 수 있고, 선택과 제도를 보면 그 재료가 어떤 방향으로 쓰였는지를 볼 수 있다. 우연까지 함께 남겨 두어야 같은 조건에서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 장기적 차이를 설명할 때 필요한 것은 어느 집단의 성격을 단정하는 일이 아니라, 조건과 경로가 만들어 낸 차이를 끝까지 추적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