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긴 읽었는데
“그 책 읽었어요?”
읽긴 읽었는데. 줄거리는 거의 기억이 안 나고, 누가 나왔는지도 헷갈리는 책이라면 여기서 좀 애매해진다. 읽었다고 하자니 뭘 물어볼까 싶고, 안 읽었다고 하기엔 끝까지 읽은 게 억울하다.
반대인 책도 있다. 펼쳐 본 적은 없는데 제목도 알고 무슨 내용인지도 대충 안다. 하도 여기저기서 얘기를 들어서. 물론 대충 아는 것과 읽은 건 다르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읽고 다 잊어버린 책과 비교하면, 어느 쪽을 더 잘 안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이걸 전부 읽음, 안 읽음으로 나누려니까 자꾸 걸리는 것 같다. 앞부분만 읽은 책도 있고, 중간부터 재미없어서 덮은 책도 있다. 덮었는데 그 앞부분은 꽤 오래 남기도 한다. 다 읽은 다른 책보다도.
책 얘기도 그렇다. 한 사람은 결말을 이야기하는데 다른 사람은 별것 아닌 장면 하나를 붙잡고 있다. 누군가 좋다고 했던 말이 내 감상에 섞여 있을 수도 있고. 같은 책을 읽었으니 같은 내용을 두고 얘기한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셈이다.
그러다 보면 얼마나 읽었느냐와 별개로, 책끼리 이어 보는 감각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얘기는 다른 책에서도 봤는데, 거기서는 정반대로 말하던데. 그런 말 한마디로 이야기가 더 이어질 수 있으니까.
그래도 안 읽은 책은 안 읽었다고 해야겠다. 그 정도는 구분하고. 읽었지만 기억이 안 나는 책에는 답을 좀 길게 해도 되지 않을까.
“읽었어요. 근데 내용은 거의 까먹었고, 이상하게 그 장면만 기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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