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는 의견과 행동의 좋고 나쁨, 그리고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이 나란히 놓여 있다. 한 선택을 위험하거나 어리석다고 보는 일과 그 선택을 막는 일은 같은 자리에 놓이지 않는다.

관찰된 사실은 이렇다. 자기에게 돌아오는 손해를 감수하는 선택을 두고 주변 사람은 충고하거나 설득할 수 있고, 관계를 멀리할 수도 있다. 처벌이나 강제는 타인에게 실제 해가 가거나 이미 맡은 의무를 어기는 경우에 더 가까이 붙는다.

여기서 바뀌는 작은 판단이 있다. 어떤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먼저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을 따져 왔다. 이제는 그 판단과 함께 누가 대신 결정할 수 있는지도 따로 보게 된다. 판단은 의견에 머물 수 있지만, 대신 결정하는 일은 권력의 문제가 된다.

토론에 관한 대목도 남아 있다. 틀렸다고 여겨지는 의견을 없애면 자리는 조용해 보인다. 그 의견이 정말 전부 틀렸는지 확인할 기회도 함께 사라진다. 맞는 의견이 반박 없이 반복될 때에는, 이유보다 구호가 먼저 남는 모습도 보인다.

가족의 책임, 맡은 일, 위험의 크기가 얽힌 선택에서는 어디까지가 자기에게 돌아오는 손해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 경계는 아직 선명하게 정리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