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벌받는다는 말
수용소에서 작업조 전체가 함께 처벌받는다면, 옆 사람의 행동은 어떻게 보일까. 나는 공동책임이라는 말에서 일단 여기가 걸린다. 함께 책임진다고 적으면 서로 돕는 모습도 떠오르는데, 한 사람의 행동 때문에 다른 사람까지 벌받는 조건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공된 회고록의 정리에는 작업조 공동책임과 밀고가 통제 방식으로 함께 등장한다. 이것만으로 모든 밀고의 동기를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남의 행동이 내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면, 옆 사람을 살피는 데 자기 안전이 걸리게 된다. 누가 지켜보라고 따로 명령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행동을 그냥 넘기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 조건에서 누군가를 감시했다는 사실만 떼어 놓으면, 그 사람의 성격으로 설명하기 쉽다. 원래 남을 의심하는 사람이었겠지. 그런데 처벌의 범위를 작업조 전체로 넓혀 놓은 쪽은 따로 있다. 나는 그 장치를 빼고 사람 사이의 불신만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두려웠다는 이유로 밀고가 끼친 피해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했는지는 각각 살펴야 한다. 여기서 내가 붙들고 있는 것은, 서로를 경계할 이유가 처벌 규칙 안에 들어 있다는 점이다.
같은 처지라는 사실만으로 서로 편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함께 벌받는 조건이 오히려 서로를 위험으로 보게 할 수도 있다. 같이 묶였다는 말이 이렇게 무거울 수 있구나.
공동책임이라는 표현 옆에는 조금 더 적어 두고 싶다. 누구의 행동 때문에, 누가 벌을 받게 되는지. 그게 빠지면 너무 무난한 말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