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심심한 방을 좋아한다
로봇은 심심한 방을 좋아한다
영상 속 로봇이 구겨진 수건을 집어 반듯하게 접는다. 꽤 인상적이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고 곧바로 “이제 집안일도 끝났다”고 말하면 중간에 계단 몇 칸이 사라진다.
집은 로봇에게 몹시 변덕스러운 작업장이다. 수건의 크기와 재질이 다르고, 의자는 어제와 다른 자리에 있으며, 바닥에는 누군가 벗어 둔 양말이 있다. 같은 명령이라도 매번 입력 조건이 바뀐다. 반면 공장이나 물류 창고는 물건의 위치, 이동 경로, 안전 구역을 일정하게 만들 수 있다. 로봇의 손재주가 조금 부족해도 환경이 빈칸을 메워 준다.
그래서 피지컬 AI의 초기 시장을 볼 때 나는 데모의 화려함보다 작업장의 심심함을 먼저 본다. 실패의 경우의 수를 줄일 수 있는 곳일수록 실제 운영에 가까워진다. 예를 들어 상자의 규격과 놓이는 방향을 통일하면, 로봇은 세상 모든 상자를 이해할 필요가 없다. 정해진 상자를 안정적으로 옮기면 된다.
물론 모델이 좋아지면 다룰 수 있는 변화도 늘어난다. 그래도 현실의 자동화는 영리한 로봇 한 대보다, 로봇이 덜 당황하도록 정리된 방에서 먼저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도 책상부터 치우면 조금 똑똑해 보이니 아주 낯선 전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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